개인파산을 준비하며 통장 내역을 정리하다 보니 몇 달 전 부모님께 보낸 돈이나 형제에게 먼저 갚은 빚이 눈에 걸립니다. 이 내역 때문에 가족에게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가는 건 아닌지, 면책이 막히는 건 아닌지 불안하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족에게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반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송금의 성격과 지급정지·파산신청과의 시점 관계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이 다르고, 가족 같은 특수관계인에게는 기간이 길어지고 상대방이 사정을 알았다고 추정하는 규정이 붙습니다. 어느 경우든 그 거래를 신청서에서 빼거나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면 별도의 면책불허가사유가 되므로, 있는 그대로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가족에게 보낸 돈은 모두 되돌려야 하나요?
아닙니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위하여 채무자의 일정한 행위를 부인할 수 있는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는 그 행위를 네 가지로 나눕니다.
유형 | 조문 | 핵심 기준 |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 | 제391조 제1호 | 이익을 받은 자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제외 |
지급정지·파산신청 후의 해하는 행위, 담보 제공·채무소멸 행위 | 제2호 | 이익을 받은 자가 지급정지·파산신청을 알고 있었던 경우 |
의무에 속하지 않거나 방법·시기가 의무에 속하지 않는 담보 제공·채무소멸 | 제3호 | 지급정지·파산신청 후 또는 그 전 60일 이내, 채권자가 몰랐다면 제외 |
무상행위,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유상행위 | 제4호 | 지급정지·파산신청 후 또는 그 전 6월 이내 |
가족에게 빚을 먼저 갚은 경우는 채무소멸 행위(제2호·제3호), 빌린 것 없이 생활비나 보증금 명목으로 건넨 돈은 무상행위(제4호) 쪽에서 따지게 됩니다.
가족이면 기간과 판단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제392조는 특수관계인을 상대로 한 행위에 특칙을 둡니다. 제3호의 60일과 제4호의 6월이 모두 1년으로 늘어나고(같은 조 제2항, 제3항), 제2호·제3호 단서를 적용할 때는 특수관계인이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같은 조 제1항, 제2항). 추정이므로 반대 사정을 보여 줄 자료가 중요합니다.
범위는 시행령 제4조가 정합니다.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 포함),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본인의 재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생계를 함께 하는 사람이 포함됩니다(제1호 가목부터 다목).
약정대로 갚은 빚은 문제가 없나요?
변제기가 된 빚을 약정한 방법으로 갚았다면 제3호의 "의무에 속하지 않는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급정지나 파산신청이 있은 후의 채무소멸 행위라면 제2호가 문제 되고 가족은 그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줄 알고 한 행위라면 제1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부인권은 파산선고일부터 2년, 행위일부터 10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으므로(제405조) "1년이 지났으니 괜찮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에게 보낸 돈의 판단 기준은 가족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송금이 제391조 어느 호의 성격이고 지급정지·파산신청과 어느 시점에 있었느냐입니다.
부인되면 가족은 무엇을 돌려줘야 하나요?
부인권은 소, 부인의 청구 또는 항변의 방법으로 파산관재인이 행사하고(제396조 제1항), 행사하면 파산재단이 원상으로 회복됩니다(제397조 제1항). 받은 돈을 파산재단에 돌려놓는 것입니다. 다만 무상행위가 부인된 경우 상대방이 행위 당시 선의였다면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 안에서 상환하면 됩니다(같은 조 제2항).
면책 심사에서는 어떻게 보나요?
신청서에 가족과의 거래를 빼거나 재산상태를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면 면책불허가사유가 됩니다(제564조 제1항 제3호). 가족에게 먼저 갚았다는 사실 자체가 열거된 불허가사유는 아니지만, 파산의 원인인 사실을 알면서 특별한 이익을 줄 목적으로 의무에 속하지 않는 방법·시기로 채무를 소멸시킨 행위는 과태파산죄의 행위로 규정되어 있고(제651조 제1항 제2호), 이익을 도모하거나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은닉하거나 채권자에게 불이익하게 처분하는 행위는 사기파산죄의 행위입니다(제650조 제1항 제1호). 두 죄 모두 목적과 파산선고 확정이 요건이고, 그 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인정되면 불허가사유가 됩니다(제564조 제1항 제1호). 불허가사유가 있어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해 상당하면 면책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파산관재인이 일정 금액을 파산재단에 넣으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법원 허가를 받은 화해 방식 자체는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환가할 재산이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 처분행위가 부인권 대상인지 불확실한 경우에는 편입을 권유해서는 안 되고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면책 심사에서 불리하게 고려해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4. 12. 26.자 2024마6789 결정). 이 사건은 동생이 계약자로 가입해 보험료를 낸 보험의 해약환급금(약 3,200만 원)을 두고 편입이 권유된 사안이었고, 대법원은 채무자가 보험료를 실질적으로 납부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약환급금은 계약자인 동생의 재산일 뿐 채무자의 파산재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부인권 행사 대상이라고 볼 사정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지금 어떤 자료를 정리해야 하나요?
자료 | 확인하는 이유 |
송금 날짜·금액·상대방이 보이는 이체 내역 | 제391조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 지급정지·파산신청과의 간격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
차용 당시 이체 내역, 차용증, 이자 지급 기록 | 갚을 의무가 있던 빚을 약정대로 갚았는지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
병원비·등록금·보증금 영수증 | 대가 없는 증여가 아니라 정당한 지출임을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
가족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 정리한 진술서 | 상대방의 인식과 현존 이익을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사실혼 배우자나 같이 사는 사람에게 보낸 돈도 특수관계인에게 보낸 것인가요?
시행령 제4조 제1호는 배우자에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하고, 본인과 생계를 함께 하는 사람도 특수관계인에 넣고 있습니다.
Q. 받은 돈을 이미 다 썼다면 전액을 돌려줘야 하나요?
무상행위가 부인되고 받은 가족이 행위 당시 선의였다면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 안에서 상환하면 됩니다(제397조 제2항). 선의였는지와 남아 있는 이익이 얼마인지는 자료로 따져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청 전에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지급정지나 신청 시점 전후로 가족에게 큰 금액을 보냈거나, 가족 빚을 먼저 갚았는데 차용증이나 이체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관재인이나 법원으로부터 소명 요구를 받았거나, 신청서에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거래가 있다면 접수 전에 통장 내역과 가족 간 거래를 날짜별로 정리해 두고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안의 결론은 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